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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ANDRA GRANT: Mantra

Love and Language As Image In
Alexandra Grant's Painting

알렉산드라 그랜트의
그림으로 보는 사랑과 언어의 이미지

글 알마 루이즈, 2022

코로나19 범 유행의 불확실 속에 세계가 폐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몇 달간 집에 갇혀 있었다. 갑작스럽게 중단된 인간 접촉과 공공장소의 폐쇄는 많은 불안감을 조성했고, 나의 많은 활동 또한 불가능해졌다. 나는 사무실 바닥과 집에 가만히 쌓여 있던 잊혀져 손도 안 댄 책들을 읽었고, 최근 출판된 책에 실릴 글을 쓰는 것으로 주변을 환기했다.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공백 기간 동안, 나는 인종차별, 예술, 정치에 관한 책을 읽었고, 오디오 북을 들었다. 친구가 책을 하나 추천해 줬는데 책의 역사에 대한 매우 개인적이고 흥미로운 글인 고서의 발명에 관한 이레네 발레호(Irene Vallejo)의 Papyrus: The Invention of Books in the Ancient World를 추천했다. 

 

인간은 태초부터 언어를 기록하려는 욕구가 존재했고, 파피루스, 가죽, 섬유, 점토, 그리고 글을 담아낼 수 있는 모든 재료가 언어의 기록을 가능케했다. 마침내, 정교하게 합쳐진 글과 종이가 빛나는 원고들로 만들어졌다. 인쇄기의 발명으로, 책은 번창했다. 책은 전쟁, 화재, 홍수, 지진, 검열, 기술, 무관심, 증오를 의기양양하게 견뎌냈다. 책은 생존자이다.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소포클레스가 쓴 120편의 희곡 중에서, 오직 7편만이 완성된 형태로 현존해있다. 아티스트 알렉산드라 그랜트가 ‘나는 서로 미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기 위하여 태어났다’는 구절을 발췌한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도 그중 하나다.

 

소포클레스의 이야기에서, 이 구절은 페미니스트의 시초인 소녀 안티고네가 사랑의 힘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면서 자아를 탐구하고 그녀가 더 높은 권위에 도전하도록 이끌었다. 그녀의 의무감, 명예, 그리고 용기는 Antigone 3000 시리즈의 작품 안에서 끊임없이 그 존재감을 나타낸다. 활동가 안티고네는 법치주의 보다 더 높은 원칙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인물로 그랜트는 우리 모두가 이 안티고네가 될 수 있다고 여러 번 언급했다. 안티고네처럼, 우리는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친절을 받아들이고 증오를 거부할 수 있다. 우리는 사납고 정의로울 수 있다.

우리는 안티고네가 될 수 있다. 이미 그랜트가 그렇듯이 말이다.

 

구절 I was born to love not to hate는 2013년 USC Fisher Museum of Art에 전시된 Drawn to Language의 일부로, 잘린 피라미드가 그려진 대형 수평화 Self (I was born to love not to hate), 2012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수평화 위에는 양면에 대칭으로 잉크 얼룩을 찍어낸 듯 굵은 갈색과 노란색 글씨가 그려져 있다. 글을 더 채워 넣을 수 있을 정도의 넓은 공백이 가장자리에 분리되어 있고, 중앙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가 처음 이 구절을 선택했을 때, 그랜트는 이 구절이 앞으로 십 년간 작품의 큰 축이 되는 내용일 것이라고는 알지 못했다.

 

그랜트는 작가 마이클 조이스, 철학자 엘렌 식수스, 예술가 채닝 한센, 시인 바니아 바르가스, 배우 키아누 리브스와 함께하면서 언어에 대한 강한 유대감이 확고해졌다. 이후 다양한 시도를 통해 더욱 견고해지는데 그녀는 현재 폴란드 비드고슈치에 있는 Leon Wyczółkowski Regional Museum에 처음으로 예배당 공간 작업 중이며, 이곳은 6명의 폴란드 작가들(안나 아다모비치, 크리스티나 다브로브스카, 율리아 피에도르추크, 비앙카 롤란도, 올가 토카르추크, 우르슐라 자인츠코브스카 등)과 공동으로 작업한 현장 설치 조형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텍스트를 소재로 활동하는 시각 예술가들은 그랜트가 진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빛이 되었다. 1998년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서 R.B. 키타이의 회고전 중, 월터 립만의 초상화를 본 그랜트는 예술가가 문학을 바탕으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큰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200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텍스트 기반 예술가들의 풍부한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아 스튜디오를 설립해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도움받은 아티스트들을 중 몇 명을 꼽아보자면, 존 발데사리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결합하는 초기 작품들로 관람객들에게 이 두 가지 요소를 의미 있게 전달하도록 도전한 인물이며, 바바라 크루거는 빨강, 검정, 흰색의 굵은 그래픽 구성들로 페니미니스트의 메시지를 잘 다듬어 담아냈다. 마지막으로 에드 루샤는 장난기 많은 팝 이미지로 광고 언어를 통해 꿈같은 혼란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티스트이다. 

 

이렇듯 그랜트는 미국적 정서에 국한되지 않고 시몬 한타이의 어지러운 그래피티, 언어를 가지고 실험하는 마르셀 브로타에스, 그리고 중력을 저항하는 구조물을 만드는 게고, 마지막으로 고대 유물과 그리스 로마 예술의 관계를 담은 싸이 트웜블리와 깊은 연대감을 느끼며 작업에 몰두한다. 그랜트가 생존해 있지 않는 작가들의 영감을 받은 경우는 단 두 번 있었다. 첫 번째의 경우, 그녀가 California College of the Arts 재학 시절, 그녀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가지고 작업했다. 그랜트는 멕시코와 스페인에서 자랐으며, 그녀의 다국어 능력은 인식과 경험을 형성하는 데 있어 언어가 행하는 역할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두 번째의 경우는 Century of the Self (2013) 시리즈이다. 그랜트는 이 시리즈를 위해 Self의 컨셉을 연구하면서 랭보, 셰익스피어, 소포클레스와 같은 다양한 출처의 인용문을 사용했는데,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는 이번 전시회에 포함된 그림에서 보이듯 계속해서 그랜트의 예술적 결과물의 주제가 되고 있다. 

 

포지티브 아트센터 그리고 아시아에서 열리는 그랜트의 첫 개인전 Mantra는 Antigone 3000의 다양한 차원과 복합적인 재료가 한데 어우러진 작품들을 보여준다. 모든 작품들에는 그랜트가 시리즈 전체에서 사용한 3가지 요소가 담겨있다. 일상생활의 어지러움을 나타내는 부어진 페인트, 절대 법을 뜻하는 정렬된 직선들, 그리고 소포클레스의 구절을 통해 안티고네의 목소리를 표현했다. 나는 서로 미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 I was born to love not to hate 구절이 반전되어 그려져있다. 관람객들 이 구절을 보게 된다면 “I SAWAS I”라고 거꾸로 읽히고, 좌우 대칭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아차릴 것이다. 그랜트는 다양한 매체를 잘 다루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아크릴, 스프레이, 유화 물감, 왁스, 수미 잉크, 색연필 등 다양한 재료와 리넨, 캔버스, 종이 기판에 사용된 콜라주, 왁스 탁본, 스크린 인쇄 등 다양한 공정 방법이 그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Mantra에 전시된 32점의 작품들은 크기와 재료에 따라 크게 나눌 수 있다. 종이나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그린 대형 작품 12점이 있다. 이 작품들은 그랜트의 자연스러운 작품 진화 과정을 볼 수 있다. 글을 가로지르는 대각선 줄무늬나 폭발하는 작은 점들에 묻혀있거나, 깊게 부어진 물감들 그리고 텍스트를 볼 수 있다. 20개의 작은 작품들은 동시에 작업한 작품들이며 유화 물감과 밀랍 재료를 사용해 리넨 위에 그렸다. 이렇게 정성을 들인 작품의 표면에 나는 서로 미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 I was born to love not to hate 구절이 반복 사용되어 만트라와 같은 기도문이 된다. 이 기도문은 글자가 부서지기 시작해 점차 사라지면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져 점, 별, 선, 부어짐으로 천천히 사라진다.

 

전시 서문에서 그랜트가 적절하게 언급했듯이, "만트라는 변화를 구하는 기도가 될 수 있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 될 수도 있으며, 일상에서 신을 상기시킬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만트라는 인간 존재의 상태 변화를 요구하는 소리이다.” Mantra 작업에서 메시지를 읽는 것이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니다. 중심점은 바뀌었다. 메시지를 전달해야 되는 상태에서 멀어진 것이다. 점차 안티고네 주제에서 벗어나 보면, 그랜트는 우리에게 짜임새 있고 다채로운 그림들을 남겨놓았다. 그것들은 균형이 잘 잡힌 생각의 명시를 활기찬 모습으로 반영한다. 지난 3년간, 그랜트는 해외에서 시간을 보냈고 여행을 하는 동안 계속 그림을 그렸다. LA에서 시작해 베를린, 파리까지 이어진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이번 시리즈는 전부 LA에서 제작되어 한국으로 보내졌다.

 

또한 그랜트는 그녀의 사랑 확증의 영역을 자선활동으로 넓히고 있는데 2008년부터, grantLOVE 프로젝트는 아트, 주얼리 그리고 여러 가지 종류의 아이템들을 온라인에서 판매했고, 그랜트가 지원하고 싶은 예술 단체와 비영리 단체에 수익금을 전달했다. 프로젝트 초기에 큰 성공을 거둔 LOVE 반지와 목걸이 그리고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든 “LOVE” 인쇄 프린트까지, grantLOVE 프로젝트는 사회 변혁의 촉매제로 변화의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또한, 2022년 12월, 책 A Visual History of the grantLOVE Project가 출간될 예정이다. 그랜트의 독특한 예술 활동들의 연대별 진화는 말풍선 안에 LOVE라는 단어가 있는 모든 이미지들에서 볼 수 있다. 이 책 페이지들을 넘겨보면서 개인과 가족들의 행복한 초상화를 보거나 LOVE 컬렉션을 입은 모습이나 전시해 놓은 것들을 보는 것은 행복감을 줄 것이다. grantLOVE 프로젝트는 자선활동을 실천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의 실존적 위협 속에서 남을 사랑하기 위해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전했으며 전세계는 그 메시지를 온전히 받아들였다. 또한, 이들은 팬들에게 이 메시지를 담아 자주 감사 인사를 전한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부분적인 인터뷰와 공식 석상에서 자기애의 긍정적인 부분을 반복해서 표현했으며, 그들의 4부작 앨범 시리즈인 Love Yourself에서 완전히 함축된 그들의 자기애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의 배려심은 진심으로 비춰졌고 이것은 가치 있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켰으며, 그랜트의 사랑에 대한 개념처럼 예상치 못한 전환의 효과도 가져왔다. 그랜트가 안티고네를 처음 읽었을 때, 그녀는 나는 서로 미워하기 위해서가 아닌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 라는 구절로 만든 작품이 그녀의 자아를 발견하는 길로 이끌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이 우연한 만남은 그랜트의 창작 정신이 치솟도록 부채질했고, 마음을 밝히고 따뜻하게 만드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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