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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South Korea

여성인권 미디어아트 특별전: 행진2022

성북구 성북 문화재단 주최, 서울시 성평등기금 후원으로 진행

[포스터] 행진 2022_1.jpg

여성인권 미디어아트특별전 ‘행진 2022’

 

여성인권 전시 〈행진〉은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걸어 나가며 세상을 바꾸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나아가 국내외 대중과 예술가들에게 “인류 보편의 가치를 향한 노력”의 중요성과 ‘여성인권’ 그리고 ‘위안부의 날’에 대한 의식 신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성인권 특별전은 예술가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우리 여성인권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들에게 세계공용어인 문화·예술로 ‘위안부의 날’을 알리기 위해서 시도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에 낯선 이들도 작품과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왜곡된 역사는 바꾸어 내야하고 새롭게 인식되어야 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세계 여성인권 운동에 목소리를 내는 활동가로 우뚝 선 위안부 할머님들의 모습처럼 우리는 과거의 모습에서 나아간 현재, 변화된 미래의 모습으로 앞으로도 행진해 나갈 것입니다.

 

 

 

1. 김승
〈함진아비〉는 길일과 축복을 상징하던 함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장 내에 비단과 명주실이 함께 놓인 상자는 그것이 혼례에 사용되었던 ‘함’임을 관람객이 인지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함을 지고 찾아오는 함진아비도, 내용물도 없이 보내는 이조차 분명하지 않은 함은 이것이 지닌 본래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든다. 또한 함의 바닥에 반복되는 위안부 역사의 회상은 축복 대신 왜곡과 은폐의 역사로 가득 찬 함의 모습을 연출한다. 김승우 작가는 〈함진아비〉 작품으로 역사 속 분명한 인권유린의 사건이지만 인정과 책임지는 이 없이 왜곡과 은폐만이 가득한 위안부 사건을 이야기한다. 우리 눈 앞에 놓인 역사이며 사실이지만 보낸 이도 맞이할 이도 없이 그저 불편하게 사실을 바라보아야 만 하는 현실에 경각심을 일으킨다.

2. 이상수
〈Flow/er〉는 주변의 소음과 반응을 감지해 빛이 변화하는 인터렉티브 작품이다. 작품은 언론매체로 생성되는 다양한 언어 중 ‘여성’, ‘자유’, ‘평등’과 같은 언급들을 소재로 삼는다. 그리고 관련된 언급 중 ‘ㅇ’, ‘ㅍ’, ‘ㅏ’, ‘ㅠ’ 등 언어의 최소 단위인 음소들로 조형물을 구성해 관람자의 시각에서 여성 뿐만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작품으로 제시된 이러한 음소들은 조합에 따라 무한한 언어와 의미로 변화한다. 이렇게 조합된 언어와 그것들이 지닌 의미는 왜곡과 기만으로 뒤덮인 현실 속에서도 우리에게 올바른 시선과 인식의 중요성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또한 이러한 물음과 사유로 관람객이 익숙하게 알고 있던 관습을 깨고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를 권하고 있다.

3. 곽인상
〈Red Chair〉는 오브제 설치와 증강현실이 결합된 작품이다. 일본의 국기에서도 찾을 수 있는 붉은색의 조명과 함께 전시장에 놓인 의자는 안락하고 편하다기 보다는 딱딱하고 차가우며 경직된 느낌이다. # 형태의 의자 상단 구조는 일본 신사의 입구에서 볼 수 있는 구조를 차용한 것이며 십자가의 형태로도 보여 삶보다는 죽음, 희망보다는 그 반대의 영역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설치 공간을 증강현실 어플리케이션으로 비추면 위안부 소녀상이 의자 앞에 나타난다. 소녀상의 소녀는 의자에 앉아 있지도 않고 의자와 마주보고 있는 상태로 나타난다. 관람객은 소녀의 얼굴을 확실하게 볼 수 없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소녀상은 사회 속에서 보호받지 못한 여성들을 의미한다. 희생자이자 피해자인 그녀들은 자신의 주변과 가족, 후손을 위해 자신을 드러내고 제대로 된 처우와 위로를 받지 못했다. 여전히 우리는 피해자들의 상처에만 관심 갖고 그녀들이 세상으로 나왔을 때 겪어야 할 아픔에 대해 여전히 잘 알지 못한다. 〈Red Chair〉는 이러한 사실과 함께 아픔을 공감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4. 김창겸
〈물그림자-정안수〉는 전시장에 설치된 자기 위에 영상으로 구현된 물결이 흐르고 그 흐름을 따라 지나가는 위안부 여성들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아이였고 딸이었으며 소녀였던 그들은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역사 속에서 희생되어야 했다. 〈물그림자-정안수〉는 강점기 시대 인권을 말살당한 채 치욕을 견뎌내야 했던 여성의 인생을 보여준다. 작품의 제목으로 등장하는 정안수는 정화수를 일컫는 전라도 방언이다. 이른 새벽에 길은 우물물로 가족의 평안을 빌며 정성을 들이거나 약을 달였던 정화수처럼 작게는 피해여성 넓게는 인류의 평안을 바라는 작가의 뜻을 담았다. 작가는 물에 대하여 “마시고 밥을 짓고 몸을 씻고 거울처럼 들여다보고 몸의 건강을 유지하고 치유”한다고 말한다. 생명을 길러내는 물처럼 시대를 뛰어넘은 현재에 “물의 그림자로 비극을 치유하고자 한다.”
 

5. 서지현
〈Butterfly Tree〉는 오브제 설치와 AR이 결합된 작품이다. 전시장에선 가지 뿐인 나무와 나비 한 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나비는 이번전시 전반에서 여성을 상징하기도 하고 날갯짓과 함께 날아오르는 부활을 상징하기도 한다. 서지현의 〈Butterfly Tree〉에서 나비 한 마리 한 마리는 상처 입은 위안부 피해여성의 영혼으로 은유된다. 또한 그 나비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은행나무가 되고 사람들에게 희망과 평화의 상징으로 다가간다는 내용이 작품의 주된 서사가 된다. 전시공간의 나무와 나비를 핸드폰&태블릿의 어플을 사용해 바라보면 노란 잎으로 뒤덮인 거대한 은행나무가 보인다. 그리고 바람에 잎이 날리는 것처럼 보이는 은행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노란 나비들이 저마다 날갯짓을 하고 있는 형상을 볼 수 있다. 작품은 한 마리의 나비와 한 잎의 나뭇잎이 모여 거대한 나무를 이루어 내듯 한 명 한 명 소녀의 영혼이 모여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노란 나비의 날갯짓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상처받은 영혼이 새로운 영혼으로 부활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6. 최종운
〈This is Orchestra_quartet〉은 사물의 부분부분을 결합해 만든 악기들을 콰르텟(4인)으로 구성해 협연의 형태를 취한다. 작가는 친숙한 부분부분이 모여 하나의 새로운 단위를 이루고 그것들이 관람객과 반응했을 때 나타나는 낯선 감정과 정서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This is Orchestra_quartet〉은 그 앞에 관람객이 서면 연주가 시작되는 인터렉티브 작업으로 한 대의 악기에 한사람이 감지되면 하나의 소리가, 여러 대의 악기에 여러명의 사람이 감지되면 복수의 소리가 모이게 된다. 개별의 악기들이 모여 오케스트라 교향곡을 만들어 내듯 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큰 목소리가 되고 작은 생명들이 모여 자연을 이루듯 작은 생명 하나하나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작품으로 보여준다. 최종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김진우 작가와 협업해 ‘행진’처럼 두 작가가 발맞추어 구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김진우 작가의 작품에 담긴 여성상과 나비의 형상으로 은유 된 의미들을 소리로 표현하고 두 작가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공감각적인 체험을 선사한다.

7. 김진우
〈잃어버린 마음을 위하여〉는 탑의 형식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기리는 위령의 의미를 담는다. 탑은 층층이 물질을 고여가며 인간의 바람을 담는 오래된 형식이자 의식이기도 하다. 순수하고 맑은 느낌의 백색 탑은 이번 〈행진〉전의 중추적인 상징이기도 하다. 탑의 주위를 나는 나비들은 억압받았던 여성들의 해방과 부활을 의미하며 희생자가 아닌 인권운동의 주체로 변모한 여성들을 상징한다. 탑의 내부에 보이는 다국적 여성상들은 전쟁 혹은 유사시 훼손당해온 여성성과 여성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김진우 작가는 최종운 작가와의 협업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여성인권에 대한 사유를 담을 작품들이 서로 어울려 새로운 서사를 형성하고 이미 종결된 것이 아닌 여전히 새로이 이야기되고 널리 알려질 여성의 이야기로 변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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